아이가 생기면 부부가 더 가까워질 줄 알았는데, 어느 날 마지막으로 배우자의 눈을 마주치며 웃은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건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니라 연습을 멈춘 것이다. 육아 중 부부 데이트를 유지하는 커플은 그렇지 않은 커플에 비해 3년 후 부부 만족도가 평균 1.8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특별한 여행이나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어도 된다. 이 글에서 소개할 재영 씨와 다은 씨 부부는, 월 5만 원과 주 한 번의 1시간으로 연애 감각을 되찾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재영 씨와 다은 씨의 아이가 두 살이 됐을 무렵,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95%가 아이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은 씨가 처음으로 알아차렸다. 오늘 뭐 먹었나, 낮잠은 잤나, 내일 어린이집 준비물은 뭔가. 아이를 재우고 나면 둘 다 소파에 쓰러지고, 각자 핸드폰을 보다가 잠들었다. 어느 날 다은 씨는 재영 씨에게 물었다. “우리 언제 그냥 우리 이야기 마지막으로 했지?” 재영 씨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부부가 팀이 된 건데, 연인을 잃어버린 기분이 드는 것
다은 씨가 느꼈던 감각은 이런 것이었다. 재영 씨에게 불만이 없었다. 함께 육아를 잘 하고 있었다. 아이를 위해 서로 배려했고, 집안일도 적당히 나눴고, 큰 싸움도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재영 씨를 보면 “남편”이나 “아이 아빠”는 보이는데, “내가 좋아했던 그 사람”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재영 씨도 같은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는 걸, 그날 밤 대화에서 처음 알았다.
육아 중 부부 관계에서 연애 감각이 사라지는 과정은 천천히, 매일 조금씩 진행된다. 아이 중심으로 시간이 재편되면서 두 사람만의 시간이 줄어들고, 줄어드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0이 된다. 그 0이 오래 지속될수록 서로를 파트너가 아닌 팀원으로만 인식하게 되는 위험이 생긴다. 팀은 효율로 유지되지만, 관계는 연결로 유지된다.
그런데 여기서 대부분이 놓친다. 연애 감각을 유지하려면 특별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고급 식당, 여행, 오랜 시간. 하지만 실제로 부부 연결감을 만드는 것은 특별함의 크기가 아니라 의도성이다. 아무것도 없어도 둘이 있는 시간을 만들겠다는 의도 하나가, 그 시간을 연애처럼 만든다.
데이트를 하려면 먼저 허락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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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영 씨 부부가 부부 데이트를 시작하려 했을 때 첫 번째 장벽은 아이를 맡길 곳이었다. 부모님은 서울에 없었고, 갑자기 맡기기가 눈치 보였다. 두 번째 장벽은 피로였다. 하루 종일 일하고 아이를 돌보고 나면 데이트를 나갈 에너지가 남지 않았다. 세 번째 장벽은 죄책감이었다. 아이를 두고 우리만 즐기는 게 미안했다.
이 세 가지 장벽이 부부 데이트를 방해하는 가장 흔한 이유들이다. 그리고 이 장벽들을 넘으려 하다 보면 데이트 자체가 숙제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재영 씨 부부가 찾은 해결책은 데이트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었다. 밖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잠든 후 집 안에서 하는 데이트.
아이 재운 후 1시간. 소파 대신 식탁에 앉아서, 핸드폰은 방에 두고, 음료 한 잔씩 준비하고, 아이 이야기 말고 우리 이야기 하기. 처음엔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재영 씨가 꺼낸 첫 주제는 “요즘 뭐가 제일 좋아?”였다. 다은 씨는 그 질문에 잠깐 당황했다고 했다. 아이 이야기 말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 게 너무 오래됐던 것이다.
육아 중 부부 데이트는 외출이나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아이가 잠든 후 1시간, 핸드폰 없이 아이 이야기 외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만으로도 연결감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핵심은 크기가 아니라 의도성이다. 주 1회 이상 이 시간을 만드는 커플은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부부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된다.
데이트보다 먼저 필요한 건 서로에게 관심 갖는 연습이었다
재영 씨 부부가 집 안 데이트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은, 2년 동안 서로에게 얼마나 무관심해졌는지였다. 다은 씨가 요즘 좋아하는 음악이 뭔지 재영 씨는 몰랐다. 재영 씨가 요즘 어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다은 씨는 몰랐다. 아이 이야기는 매일 했지만, 서로의 이야기는 안 한 지 오래됐다.
실제로 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 1회 아이 이야기 없이 1시간을 보낸 지 3주가 지나자, 다은 씨는 재영 씨가 “조금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익숙한 사람이었는데, 새로운 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영 씨도 비슷했다. “다은 씨가 요즘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이런 걸 힘들어하는구나 하는 게 새롭게 보였어요.”

연애 감각을 유지하는 것의 본질은 상대를 “알고 있다”고 멈추지 않는 것이다. 사람은 계속 변한다. 육아를 하면서 서로 더 많이 변했다. 그 변화를 지속적으로 발견하는 것이 연애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특별한 장소나 이벤트 없이도 이것이 가능하다.
육아 중 부부 데이트를 처음 시작할 때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려 하면 오히려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오늘은 아무것도 안 준비했는데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시작을 막습니다. 형태보다 일관성이 중요합니다. 식탁에 그냥 앉아서 따뜻한 음료 한 잔만 있어도 됩니다. 완벽하지 않은 데이트를 지속하는 것이 완벽한 데이트를 가끔 하는 것보다 관계에 더 좋습니다.
월 5만 원으로 만든 데이트 루틴이 2년째 작동 중이다
재영 씨 부부는 집 안 주 1회 데이트 외에, 월 1회 짧은 외출 데이트를 추가했다. 친정 엄마에게 한 달에 한 번 저녁을 부탁드렸다. 3시간. 두 사람이 함께 쓰는 돈은 저녁 식사 한 번 금액이었다. 특별히 비싼 곳에 가지 않았다. 가까운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아이 이야기 없이 2~3시간.
이 루틴이 시작된 지 6개월째 됐을 때, 다은 씨는 재영 씨에게 말했다. “요즘 당신이 다시 좋아.” 재영 씨는 그 말에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고 했다.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소리를 들었을 때와는 다른 종류의 감각이었다. “그 말이 내가 원하던 말이었구나 하고 그때 알았어요.”
육아 중 부부 데이트를 유지하는 것은 아이를 소홀히 하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행복한 부부를 보면서 자란다. 부모의 관계가 아이에게 관계의 모델이 된다. 두 사람이 서로를 여전히 좋아하고, 함께 있는 것을 즐기는 모습을 아이가 보고 자라는 것 자체가 육아의 일부다.

부부 데이트를 시작하는 가장 현실적인 첫 단계는 아이가 잠든 후 주 1회, 30분 시작이다. 핸드폰을 방에 두고, 식탁이나 소파에 마주 앉아 “요즘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라는 질문 하나로 시작한다. 아이 이야기가 나오면 부드럽게 “오늘은 우리 이야기 해보자”로 방향을 잡는다. 이 30분이 4주간 지속되면 자연스럽게 1시간으로 늘어난다.
아이와 함께하는 우리의 삶이 좋지만, 둘만의 우리도 잃고 싶지 않았다
다은 씨는 세 번째 결혼기념일에 재영 씨에게 편지를 썼다. “아이 아빠로서 당신이 고맙고, 남편으로서 당신이 고맙고,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당신이 여전히 고마워.” 세 가지가 따로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그게 가장 큰 변화였다고 다은 씨는 말했다.
아이가 있으면서도 연애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시간을 만들겠다는 의도, 그 시간에 서로에게 집중하겠다는 선택, 그리고 그것을 반복하는 습관. 이 세 가지면 된다.
오늘 저녁 아이가 잠든 후, 소파 대신 식탁에 앉아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된다. 핸드폰을 잠깐 내려놓고, “요즘 뭐가 제일 좋았어?”라고 물어보는 것. 그 30분이, 두 사람의 관계를 조금씩 되살리는 시작이 될 수 있다.
